검색결과8건
프로야구

한화 구단 신기록 10경기 연속 매진, 홈 관중에 안긴 승리···5할 승률 복귀

한화 이글스가 창단 후 최다 10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을 달성한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1만20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로써 올 시즌 9경기 연속이자 지난해 10월 16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포함해 10경기 연속 홈 경기 매진을 달성했다. 10경기 연속 홈 경기 매진은 한화 구단의 자체 신기록이다. 종전 최다 연속 매진 기록은 2018년 6월 8일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부터 2018년 6월 21일 청주 LG 트윈스전까지 기록한 9경기였다. 이는 KBO리그 역대 2위 기록(1위 삼성 라이온즈 12경기)이다. 한화는 구단 신기록을 작성한 이날 6-1로 이겨 의미를 더했다.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다 주춤한 한화는 5할 승률(11승 11패)에 복귀했다. 선발 투수 펠릭스 페냐가 6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3승(2패)째를 거뒀다. 한화는 3회 2사 1, 3루에서 4번 타자 노시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4회에는 1사 1, 2루에서 요나단 페라자가 2타점 2루타를 뽑았다. 이어 6회에는 2사 1루에서 최인호가 1타점 3루타를 기록했다. 이때 상대 실책까지 겹쳐 최인호가 홈을 밟아 5-0을 만들었다. 7회에는 김태연의 쐐기 1타점 적시타를 더했다.타선에선 페라자가 5타수 3안타 2타점을, 노시환이 4타수 2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화는 20일 신인 투수 황준서, 삼성은 원태인을 각각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형석 기자 2024.04.19 22:23
야구

26홀드 정우영, '로켓' 이동현 넘어 팀 신기록 경신

LG의 셋업맨 정우영(22)이 시즌 26번째 홀드로 팀 신기록을 경신했다. 정우영은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 3-0으로 앞선 7회 말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연속 사사구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땅볼 2개를 유도하면서 시즌 26홀드를 기록했다. 초반엔 다소 흔들렸다. 첫 타자 에르난 페레즈를 상대로 2볼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지만 파울 2개와 볼 2개로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후속 최인호에게 던진 투심 패스트볼이 오른쪽 다리에 맞으면서 사구를 기록했다. 하지만 특유의 땅볼 유도로 실점은 하지 않았다. 병살타를 포함한 유격수 땅볼 2개를 유도하면서 아웃 카운트 3개를 만들어냈다. 시즌 26번째 홀드다. 홀드 1위 장현식(34개)과 차이가 벌어져 타이틀은 따낼 수 없지만, 팀 기록은 갈아치웠다. 2013년 이동현이 세웠던 LG 단일 시즌 최다 홀드(25개) 기록을 8년 만에 경신했다. 당시 이동현은 평균자책점 3.00에 25홀드로 팀의 뒷문을 지켰다. 이동현 개인으로는 2002년 이후 11년 만에 60경기 이상 소화한 시즌이었고, 이동현의 호투에 힘입어 팀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정우영의 호투도 당시 이동현 못지않다. 이동현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기여했다면 정우영은 26년 만에 나온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힘을 보탰다. LG는 26일 한화전에서 승리하면서 정규시즌 3위 이상을 확정했다. 선두 싸움에서 한 걸음 뒤처지긴 했지만,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LG의 마지막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은 26년 전인 1993~95시즌이다. 이 기간 정우영은 기복 없이 뒷문을 지켰다. 정우영이 3시즌 동안 기록한 62홀드는 주권(KT〮83홀드)에 이은 동 기간 2위 기록이다. 2019년 40홀드 신기록을 세웠던 김상수(56홀드), 올 시즌 홀드왕 장현식(49홀드) 이상이다. 홀드왕은 없었지만, 주권과 함께 최근 3년 가장 꾸준했던 셋업맨이다. 매년 성장세도 남다르다. 첫해 평균자책점 3.72를 지난해 3.12로 낮췄고, 올 시즌엔 2.34로 1점 가까이 낮아졌다. 후반기 활약 덕분이다. 정우영은 데뷔 첫해인 2019년 신인왕을 수상했지만, 당시 후반기 평균자책점 6.08로 크게 흔들렸다. 반면 지난해엔 전반기 평균자책점 2.90, 후반기 평균자책점 3.38로 기복을 크게 줄였다. 올 시즌은 오히려 후반기가 더 좋다. 전반기엔 평균자책점 3.52로 다소 흔들렸지만, 후반기엔 평균자책점이 1.16에 불과하다. 10월에 내준 점수가 단 한 점에 불과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우영의 역할이 중요하다. 케이시 켈리를 제외하고 확실한 선발 카드가 부족한 LG는 불펜 필승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통산 4경기 3⅓이닝 3실점(평균자책점 8.11)으로 좋지 않지만, 최근 좋은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이정용, 김대유, 고우석과 함께 포스트시즌 투수 운용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차승윤 기자 2021.10.27 10:35
야구

[IS 부산] 이길 수 없던 한화, KBO 최다 18연패 '-2'…반전은 늘 어렵다

한화가 또 졌다. 16경기 연속 패배다. 이제 KBO 리그 역대 최다인 18연패까지 단 2패만 남겨뒀다. 한화는 10일 부산 롯데전에서 2-12로 패해 지난달 23일 창원 NC전부터 계속된 연패 기록을 '16'까지 늘렸다. 역대 팀 최다 연패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 2002년 롯데와 2010년 KIA 이후 10년 만에 한화가 지독한 16연패 늪에 빠졌다. 한용덕 전 감독이 지난 7일 경기를 끝으로 물러나고 9일부터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한 한화는 두 경기 연속 유망주들을 대거 중용한 선발 라인업으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그러나 이틀 연속 4번 타자로 나선 2년차 노시환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고, 하루 전 멀티히트로 가능성을 보인 신인 최인호 역시 3번 자리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가 또 다시 대량 실점을 해 손을 써 볼 겨를이 없었다. 김민우는 1-0으로 앞선 2회 2사 후 롯데 하위타선에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줘 동점을 허용한 뒤 손아섭에게 3점 홈런, 전준우에게 연속타자 솔로 홈런을 연이어 얻어 맞았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1-5로 벌어졌다. 뒤 이어 나온 불펜들도 추가 실점을 막지 못했다. 이현호와 김진영이 1점씩 더 내준 뒤 7회 박상원이 한꺼번에 4실점해 끝내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했다. 물 오른 롯데 타선은 한화 마운드를 장단 14안타로 두들기고 볼넷 6개를 골라냈다. KBO 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연속으로 진 팀은 1985년 삼미다. 18연패 기록을 남긴 뒤 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두 번째로 오래 진 팀은 1999년 쌍방울이다. 17경기를 내리 패했고 역시 그 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한화는 다르다. 끝을 눈앞에 뒀던 삼미나 쌍방울과 달리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쌓아가야 할 팀이다. 16연패 가운데 최 감독대행 체제의 기록은 단 2패뿐. 그러나 KBO 리그 역사에 오래 남을 불명예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 한화는 롯데나 KIA처럼 16연패에서 극적인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아니면 끝내 이 기록을 넘어 과거의 역사가 된 구단들을 다시 소환하게 될까. 그 운명은 11일 부산 롯데전에서 결정된다. 한화 선발은 장민재, 롯데 선발은 서준원이다. 부산=배영은 기자 2020.06.10 22:01
야구

[IS 부산 현장] 사령탑 바뀐 한화, 15연패로 팀 최다 기록 경신…신인 최인호 2안타

최하위 한화가 끝내 팀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을 다시 썼다. 한화는 9일 부산 롯데전에서 3-9로 졌다. 지난달 23일 창원 NC전 이후 15연패. 팀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이다. 15연패는 KBO 리그 역사상 단 여섯 번밖에 나오지 않은 불명예다. 2010년 KIA가 기록한 16연패가 가장 최근 차례다. 한용덕 감독이 중도 퇴진하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첫 경기를 치른 한화는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포함한 라인업으로 롯데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과 맞섰다. 2번과 3번은 각각 신인 박정현과 최인호가 맡았고, 2년차 노시환이 데뷔 후 처음으로 4번 타순에 배치됐다. 8번과 9번에도 2군에서 막 올라온 포수 박상언과 유격수 조한민을 내세웠다. 가능성은 보였다. 최인호가 데뷔 첫 안타와 함께 멀티 히트에 성공했다. 조한민도 나란히 안타 두 개를 쳤다. 박정현 역시 안정적인 2루 수비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이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믿었던 한화 선발 워윅 서폴드가 5이닝 12피안타(1피홈런) 7실점으로 난타 당해 기회를 잃었다. 최 감독대행은 1군 사령탑으로서의 첫 승리를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한화는 10일 롯데를 상대로 15연패 탈출에 재도전한다. 선발 투수는 김민우다. 부산=배영은 기자 2020.06.09 21:45
연예

소설가 최인호, 25일 침샘암으로 타계

소설 '별들의 고향'의 작가인 최인호가 25일 오후 7시 2분 타계했다. 향년 68세. 침샘암 투병 중이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왼쪽 목에 큰 수술자국이 보이고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2년 전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펴내며 작가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였다.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인호는 한국 소설가 중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였다. 1970년대 초부터 '별들의 고향'과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나그네'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최고 인기 작가로 등극했다. 최인호의 소설들은 청바지·통기타 문화 등을 만들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가운데 많은 작품이 영상화됐다. '별들의 고향' 등이 영화로, 역사소설 '상도'와 '해신' 등은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상업적 인기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사상계 신인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75년부터 2010년초까지 35년간 월간 샘터에 연재된 작품 '가족'은 그의 최장기 연재작이었다. 그는 2008년 침샘 부근에 발생한 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집필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목 상태가 더욱 나빠져 지인들과도 만날 수 없게 됐다. 목소리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고인과 절친했던 영화배우 신성일은 "대단한 작가가 세상을 떴다. 영화 '별들의 고향'이 영화계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면서 "최근에 연락을 했는데 목소리가 갈라져 만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애석하다"고 전했다.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2013.09.25 21:45
연예

[승마] 4월, 과천은 KRA컵 열기로 뜨거워진다

대통령배·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와 함께 국내 3대 승마대회로 손꼽히는 KRA컵이 7일부터 13일까지 과천승마경기장에서 벌어진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 172명과 말 262마리가 출전해 국내 대부분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대한승마협회는 올해부터 마장마술과 장애물을 분리시행하고 있는데 마장마술은 7~8일, 복합마술(장애물+마장마술)은 10~12일, 장애물은 11~13일에 각각 열린다. 마장마술 최고 등급인 S-2클래스에는 작년 리그를 장악한 전재식(KRA승마단)과 현역 최강으로 평가 받고 있는 최준상, 마장마술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균섭이 출전한다. 여기에 사회인 출신인 정유진과 삼성승마단의 최인호·신수진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 장애물 최고 등급인 S-1클래스는 마장마술에 비해 경쟁이 더 심하다. 무려 27마리의 말이 출전한다. 선수들의 숫자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최상급이다. 코스디자이너인 주정현을 뺀 현역 강자들이 대부분 출전해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 단체 대회에서 20대 초반인 김석(관동대)에 추월당한 박재홍·송상욱·손봉각·허준성의 KRA승마단과 전상용(해두리) 김승환(유한) 등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한편 마장마술 A클래스와 장애물A클래스는 제 47회 한·일승마대회 대표선수 선발전을 겸한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 2012.04.06 15:56
연예

[청춘은 맨발이다-119] 별들의 고향(하)

1970년대 초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우리 여동생같은 처녀들이 여직공·버스 안내원 등이 되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했다. 소외 받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거친 발길에 차이는 호스티스다. 그것이 바로 '별들의 고향'의 경아다. 암울한 정치 상황과 경제 성장은 인간 소외를 불러왔다. 모두들 돈만 추구하는 사이에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었다. 최인호 원작 '별들의 고향'은 산업사회 속에서 '도시가 죽인 여자'의 이야기다. 나는 8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캣츠'의 그리자벨라를 보며 경아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경아가 살아있다면 그리자벨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이런 캐릭터를 누가 맡을 것인가. 초보 감독 이장호와 화천공사는 내 상대역을 신인 공모했으나 마땅한 사람을 뽑지 못했다. 이장호가 경아 역으로 보아둔 신인 탤런트가 있었는데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다음 카드는 신인 탤런트 김영애였다. 화천공사는 김영애를 거부하고, 아역 출신 배우 안인숙을 추천했다. 이 역을 간절하게 원한 안인숙은 일명 '노 개런티', 무료 출연을 선언했다. 아역 배우로 유명한 그녀에게 성인물 도전은 처음이었다. 이장호는 경아와 동거하는 화가 문호 역을 맡은 내게 "입술과 입술이 닿은 형식적인 키스 말고요…"라면서 대담한 키스신을 부탁했다. 자신이 여배우에게 직접 요구하지 못하겠으니 내게 여배우를 설득해달라는 말이었다. 이장호는 '별들이 고향'의 키스신이 그 때까지의 영화 중 가장 실감났다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건 사실과 조금 다르다.나는 카메라 앞에서 '체'하는 것을 싫어했다. '체'하는 연기로 어떻게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겠는가. 66년 '종이배의 연정' 촬영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역인 여배우 이빈화는 내가 좋아하는 선배였다. 나는 키스신을 앞두고 이빈화에게 "여기는 허가받은 자리입니다. 마음껏 키스합시다"라고 말했다. 이빈화는 "동생, 맞다. 맞아"하면서 응했다. 우리는 키스신을 제대로 해냈다. '별들의 고향'에서 유행이 된 대사 중 하나가 '내 입술은 작은 술잔이에요'였다. 경아가 문호에게 입에서 입으로 술을 넘겨주면서 하는 대사였다. 또 다른 유행어 '경아, 오랜만에 함께 누워보는군'처럼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소설 원작보다는 영화를 통해 화제가 됐다.'별들의 고향' 키스신은 문화공보부의 검열에서 거의 커트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 영화의 키스신이 상당 부분 편집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별들의 고향' 원작에 대한 호감이 검열관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이 무렵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별들의 고향'과 신상옥 감독·선우휘 원작 전쟁영화 '13세 소년' 촬영장을 오가고 있었다. 고아같은 13세 소년이 전쟁의 포화 속을 헤매는 이야기였다. '조약돌'로 유명한 가수 박상규가 내 부관 역으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박상규는 포탄이 터지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아역 출신의 13세 소년 김정훈은 멀쩡했다. 김정훈이 "아저씨가 기절했어요"라고 하자, 스태프가 모두 웃었다.'별들의 고향'은 105일 동안 국도극장에서만 약 4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초보 감독 이창호가 필름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한 것도 모두 용서됐다. '별들의 고향'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해피엔딩이었다. 정리=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2011.10.10 07:00
연예

[청춘은 맨발이다-119] 별들의 고향(하)

신성일·안인숙 주연의 영화 '별들의 고향'(1974년). 신성일과 안인숙은 과감한 러브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1970년대 초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우리 여동생같은 처녀들이 여직공·버스 안내원 등이 되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했다. 소외 받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거친 발길에 차이는 호스티스다. 그것이 바로 '별들의 고향'의 경아다. 암울한 정치 상황과 경제 성장은 인간 소외를 불러왔다. 모두들 돈만 추구하는 사이에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었다. 최인호 원작 '별들의 고향'은 산업사회 속에서 '도시가 죽인 여자'의 이야기다. 나는 8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캣츠'의 그리자벨라를 보며 경아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경아가 살아있다면 그리자벨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이런 캐릭터를 누가 맡을 것인가. 초보 감독 이장호와 화천공사는 내 상대역을 신인 공모했으나 마땅한 사람을 뽑지 못했다. 이장호가 경아 역으로 보아둔 신인 탤런트가 있었는데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다음 카드는 신인 탤런트 김영애였다. 화천공사는 김영애를 거부하고, 아역 출신 배우 안인숙을 추천했다. 이 역을 간절하게 원한 안인숙은 일명 '노 개런티', 무료 출연을 선언했다. 아역 배우로 유명한 그녀에게 성인물 도전은 처음이었다. 이장호는 경아와 동거하는 화가 문호 역을 맡은 내게 "입술과 입술이 닿은 형식적인 키스 말고요…"라면서 대담한 키스신을 부탁했다. 자신이 여배우에게 직접 요구하지 못하겠으니 내게 여배우를 설득해달라는 말이었다. 이장호는 '별들이 고향'의 키스신이 그 때까지의 영화 중 가장 실감났다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건 사실과 조금 다르다.나는 카메라 앞에서 '체'하는 것을 싫어했다. '체'하는 연기로 어떻게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겠는가. 66년 '종이배의 연정' 촬영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역인 여배우 이빈화는 내가 좋아하는 선배였다. 나는 키스신을 앞두고 이빈화에게 "여기는 허가받은 자리입니다. 마음껏 키스합시다"라고 말했다. 이빈화는 "동생, 맞다. 맞아"하면서 응했다. 우리는 키스신을 제대로 해냈다. '별들의 고향'에서 유행이 된 대사 중 하나가 '내 입술은 작은 술잔이에요'였다. 경아가 문호에게 입에서 입으로 술을 넘겨주면서 하는 대사였다. 또 다른 유행어 '경아, 오랜만에 함께 누워보는군'처럼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소설 원작보다는 영화를 통해 화제가 됐다.'별들의 고향' 키스신은 문화공보부의 검열에서 거의 커트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 영화의 키스신이 상당 부분 편집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별들의 고향' 원작에 대한 호감이 검열관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이 무렵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별들의 고향'과 신상옥 감독·선우휘 원작 전쟁영화 '13세 소년' 촬영장을 오가고 있었다. 고아같은 13세 소년이 전쟁의 포화 속을 헤매는 이야기였다. '조약돌'로 유명한 가수 박상규가 내 부관 역으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박상규는 포탄이 터지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아역 출신의 13세 소년 김정훈은 멀쩡했다. 김정훈이 "아저씨가 기절했어요"라고 하자, 스태프가 모두 웃었다.'별들의 고향'은 105일 동안 국도극장에서만 약 4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초보 감독 이창호가 필름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한 것도 모두 용서됐다. '별들의 고향'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해피엔딩이었다.정리=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2011.10.10 07: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